사우디 아라비아의 마켓 투어 – 타미미에서 하루 장보기
사우디 아라비아에서의 일상 중 가장 흥미로운 일 중 하나는 바로 식료품 쇼핑이다. 단순한 장보기를 넘어서, 마트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 나라의 문화와 생활 방식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풍경을 만날 수 있어 나에겐 언제나 흥미로운 광경이다.
오늘은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자주 가는 마켓들 중 타미미 장보기를 통해 사우디 마켓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특색을 소개해 보려 한다.
타미미 마켓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바레인 전역에 90개 이상의 지점을 가진 대형 슈퍼마켓 체인으로, 넓고 깔끔한 매장, 다양한 수입 상품, 그리고 건강 중심의 제품 구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글루텐 프리, 오가닉, 친환경 제품, 코스트코 브랜드 컬크랜드 외 다양한 외국브랜드 보유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 의식 있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타미미의 시작과 성장 이야기
타미미 그룹은 1953년, 석유 산업을 지원하는 건설회사로 시작되었지만, 1979년 창립자인 셰이크 알리 압둘라 앗 타미미가 사우디 최초의 현대식 슈퍼마켓을 동부지방 알 코바르에 열며 식료품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당시 미국 ‘세이프웨이(Safeway)’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 각국의 고품질 식품을 도입했고, 이는 외국인 거주자들과 현지인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세이프웨이와의 공식 파트너십은 종료되었지만, 여전히 타미미의 로고와 매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Safeway 브랜드 상품들을 통해 그들의 연결고리를 떠올릴 수 있다.
참고로 Safeway의 브랜드들은 Signature Select(PL;자사 브랜드), O Organics, Lucerne, Open Nature 등이 있는데 지금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수입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느낀 타미미의 장점은
• 세이프웨이 브랜드들 이외에도 미국 코스트코(Costco)의 Kirkland Signature, 영국 Sainsbury’s, 자체 브랜드인 Healthy Living 등도 입점해 있어 다양한 수입식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한국 제품들 외 다양한 국적의 브랜드 제품들 보유)
• 보통 수입브랜드들은 가격대가 높은편인데 스톡 회전율이 좋아 자주 프로모션에 들어가고 수입제품들을 파격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음.
• 가성비 좋은 베이커리 종류 (코스트코 초콜렛칩 쿠키와 흡사한 쿠키세트, 다양한 크기의 바게트, 치아바타와 파이나 페이스트리 종류도 무난하게 맛있었다.)
그럼 실제 마트 안은 어떤 분위기 인지 오늘 장보면서 찍은 사진들을 구경해 보자.
타미미 마켓의 델리 코너에는 절임류와 올리브, 선드라이드 토마토 같은 지중해풍 안티파스토는 물론, 바바가누쉬/무타발 같은 중동식 전채요리와 샐러드, 치즈 플래터 등 즉석요리들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아침과 식사 전에 곁들여 식탁을 다채롭게 하기 딱 좋은 메뉴들이다.
유럽에서 건너온 치즈들 종류도 다양하니 프로모션 하는 것에 따라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즐거움이 있다.
나는 주로 페페로니, 터키 햄 슬라이스. 파메르산 치즈, 카쉬카발, 체다, 스페니쉬 스터프드 그린 올리브를 정기적으로 구매한다.
영롱한 색을 뽐내는 올리브~ 김치가 없을 때 나를 위로해 주는 올리브 ㅎㅎㅎ 윤기가 차르르 흐르는 신선한 올리브는 바로 먹어주는 게 예의
치즈나 올리브 등 모든 것을 사기 전에 시식해 볼 수 있다. 다양하게 맛보고 좋아하는 것으로 선택! 가공육들도 마찬가지
마트 케이크 종류들은 대부분 가격대가 대자는 2만 5천 원 정도, 중자는 1만 8천 원, 한 조각에 2천5백 원? 정도 하는데 세일하는 것들은 보통 중간크기를 만원 정도 생각하면 된다. 맛은 고오급진 맛은 아니고 ㅎㅎㅎ 아주 옛날 한국에서 팔던 동네 빵집 케이크 맛이랄까? 섬세한 맛의 케이크들은 마트가 아닌 브랜드 베이커리 스토어로 가야 하고 가격은 5~10만 원 정도가 평균이다. 가끔 마트 케이크들 중에도 가격대비 맛있는 케이크들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건 까르푸나 룰루에서 파는 허니케이크. 부드럽고 꿀향이 은은하게 너무 달지도 않은데 가격은 9천 원 정도라 마트에서 유일하게 사 먹는 케이크다. 아주 가끔 커피 허니 케이크도 나오는데 밀크티와 함께 먹으면 딱 좋다.
룰루 허니케이크가 조금 더 비싼데 더 맛있다 ㅎㅎㅎ
실내용 식물들과 꽃들을 파는 코너도 있는데 가끔 아이들 학교 선생님께 드리는 작은 선물이라던가 이웃집 새로 이사 오면 보내는 선물용 그럴 때 잘 포장해서 드리면 좋은 선물용. 참고로 사우디 학교는 아이들이 가끔 선생님들께 꽃이나 머리핀, 초콜릿 이런 작은 선물을 하는 게 매우 흔하고 선생님들도 항상 아이들 간식이나 작은 선물들을 많이 챙겨 오셔서 자주 주고받고 하는데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유명한 코스트코 브랜드 컬크랜드 아몬드 가루(내가 키토 다이어트 할 때마다 애용하는 재료다), 밥스 레드밀도 유명하고 flour 종류가 정말!!! 매우 다양하다. 나는 아몬드 가루랑 보리가루를 자주 사는데 보리가루로는 선지자 무함마드(ﷺ)의 전승에 나오는 탈비나라는 수프를 만든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향기로운 향신료 카르다뭄을 빻아 넣고 우유를 넣은 부드럽고 기분이 좋아지는 수프이다. 이건 나중에 선지자 전승에 나오는 음식들이라는 다른 주제로 자세히 다루어 보겠다.
오늘 스리라차 소스를 찾고 있었는데 사진 찍으면서 못 본... 근데 사진을 보니 저 아래 스리라차 소스가 있네 ㅎㅎㅎㅎ
냉동코너의 아이스크림들, 내가 다이어트할 때 먹는 키토 아이스크림도 보이고 찹쌀떡 아이스크림, 아보카도 아이스크림 등 많이 있는데 나는 외국 아이스크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스크림은 주로 한국마트에서 사 먹고 내 주변 외국인들에게도 한국마트에서 한국 아이스크림을 살 것을 적극 홍보하고 다닌다.
주변 친구들도 오직 아이스크림 사 먹으러 한국마트에 온 가족이 출동한다고 한다 ㅋㅋㅋ 외국인들은 멜로나가 가장 맛있다고 하는데 나는 빠삐코랑 찰떡이 들어간 국화빵이 제일 좋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더위사냥도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것?
사실 바 종류의 아이스크림은 사우디가 워낙 더워서 그런지 이동 중에 다 녹아서 이미 형태가 사 먹기에 좀... 그렇고
쭈쭈바나 국화빵 같은 종류들은 그런 문제가 없어서 다행.
키토 다이어트 할 때 너무 단 게 당긴다 하면 저 아이스크림이 답이다. 가장 맛있는 맛은 초콜릿 퍼지랑 솔티드 캐러멜 아몬드, 딸기맛도 괜찮음.
컬크랜드 견과류는 퀄리티도 좋고 중동에 아직 코스트코가 없는 것을 생각하면 직구한다 생각하고 타미미 가격이 괜찮다.
저 사바나 허니 로스티드 땅콩은 너무 맛있어서 매우 매우 위험하다.
커클랜드 김이 세일! 아이들이 김을 엄청 좋아해서 카트에 담고!
한국에 갔을 때 비가 오는 날 아이들과 재미 삼아 동네 실내 낚시터에서 낚시를 한 적이 있는데 몇 초 남기고 내가 대어를 낚아서 경품을 받게 된 적이 있다. 경품이 다양하게 있었고 홍삼같이 좋은 것들이 좀 보여서 고민하고 있는 찰나 아이 넷이서 김 세트를 고르라고 난리 쳐서 김박스를 들고 나온 게 생각났다. ㅎㅎㅎ 한국에선 김이 비교적 저렴한 편인데 사우디에선 비싸니 아이넷이 먹고 싶은 만큼 못 먹어 한이 되었나 봄 ㅋㅋㅋ 친정아버지께서 사우디 방문하실 때 러기지 하나를 김으로 채워서 오시는 사태까지..
아이넷이면 반찬 투정 같은 거 없다. 열심히 서로 경쟁하며 먹는데 심지어는 친정아버지께서 보내주신 나의 복숭아맛 용각산까지 탈탈 털어서 드심
아이 넷과 장 보면서 정신없이 사진 찍어온 거라 뭔가 왜 찍었지 하는 듯한 사진들도 많다.
커클랜드 대용량 과자들도 보이고..
여기는 친환경 제품 코너이고 브랜드도 다양해서 눈여겨 볼만하다. 나이가 들면 대사 속도가 느려져서 살이 잘 찌는데 브래그 사과 식초를 물에 희석해서 마시면 대사속도를 증진시킬 수 있어서 항상 집에 쟁여놓는다. 다이어트할 때 필수!
케피르(요구르트보다 묽고 톡 쏘는 맛이 특징인 발효 유제품으로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하다. 남아시아 커뮤니티에서 케피르 그레인이라는 스타터 효모를 나누고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흔함)나 곤약 누들, 두부, 쌀음료 등 다양한 제품이 있으니 체크
홈무스와 바바가누쉬가 세일 중~ 중동식 빵이 아니더라도 토르틸라 칩이나 오이, 당근 등 채소를 찍어먹기에 너무 맛있는 딥종류들.
특히 나는 가지를 좋아해서 훈제향이 잘 스며든 바바가누쉬를 좋아한다. 그리고 오늘 새로 발견한 대박 제품은 중국 누들!! 드디어 제대로 된 짜장면을 만들 타임이 온 것인가! 외국에 나와 살면 아니지 무슬림이 되면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금지되는데 한국인으로 가장 그리운 음식 중 하나가 짜장면이다. 요즘은 유튜브로 좋은 레시피들이 많이 공유되니 집에서도 어느 정도 짜장면 맛을 흉내 낼 수가 있게 됐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짜장면스러운 면을 찾는 게 관건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중국식 생면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사우디 물이 석회성분이 많아 염색한 후 민감해진 나의 두피를 진정시키려 여러 브랜드들 헤어 제품들을 써보고 있다. 그중에 최근 써본 허발 에센스라는 제품이 효과가 좋아서 제품군이 어떻게 되는지 유심히 살펴봄. P&G 패밀리 계열의 브랜드이고 아이허브에도 입점되어 있다. 아이허브에는 로즈힙 향 샴푸와 컨디셔너만 판매되고 있는데 마트에는 선택폭도 넓고 가격도 좋음.
어찌하다 보니 마지막 사진은 콜게이트 치약사진인데... 지금 보니 사진을 잘못 찍어왔다.
원래 내가 찍고 싶었던 건 매우 흥미로운 중동에서만 볼 수 있는 버전의 콜게이트 치약이었다. 미스왁 성분이 첨가된 치약!
사우디 남자들 전통복 앞 주머니에 꽂아 있는 나무 스틱을 본 적이 있는지?! 미스왁 사용은 이슬람 선지자의 관례 중 하나로 치아를 문지르는 옛날 버전의 칫솔이다. 과학논문에도 칫솔보다 이 미스왁 사용이 치아와 잇몸 건강에 매우 좋다고 실린 적이 있는데 그 미스왁 나무에서 추출한 진액 또는 가루를 첨가한 치약들이 중동에서 판매되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이 미스왁 성분의 치약 브랜드가 몇 개 더 있는데 나중에 다른 포스트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치약 사진을 끝으로 ㅎㅎㅎ 포스트를 끝내겠다.
정리하며
오늘 하루 타미미 마켓을 돌아보며 다시금 느낀 건, 단순한 ‘식료품 쇼핑’ 그 이상이라는 점이다. 수입 제품과 현지 전통이 공존하고, 중동 특유의 풍미와 글로벌 트렌드가 만나 생기는 독특한 조합이야말로 사우디 마트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타미미는 단정한 매장 분위기, 좋은 제품 구성, 친절한 직원들까지 합쳐져 ‘마트에 간다’는 일상을 ‘작은 여행’처럼 느끼게 해 준다.
외국인 입장에서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어 언제 가도 소소한 설렘이 있다.
혹시 사우디에 살고 있거나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타미미 마켓을 걸어보길 추천한다. ‘이런 게 사우디의 일상이구나’ 하고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문화 체험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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