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리얄 믹스로 만드는 바삭한 사우디 도넛, 루까이마트 만들기
🍩 사우디의 바삭 쫄깃 간식, 루까이마트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기 간식 중 하나는 루까이마트(لقيمات)이다.
작고 동그란 형태의 이 도넛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으로, 모양은 한국의 찹쌀도넛에 맛은 꽈배기와도 닮아 있다. 다만, 속이 비어있고 좀 더 가벼운 식감으로 사우디에서는 이 도넛볼 위에 꿀, 대추 시럽(몰라세스), 피스타치오 크림, 누텔라, 로터스 스프레드 등 다양한 토핑을 얹어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루까이마트는 걸프 지역(Gulf),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에서 널리 알려진 디저트이며, 라마단 기간 중 이프타르(단식 후 식사) 때 자주 식탁에 오르는 간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우디에서는 전통적인 명절이나 가족 모임, 파티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베이커리나 전문 매장에서는 다양한 토핑과 함께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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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لقيمة” (루까이마) 또는 لقيمات (루까이마트)는 음식 이름이자, “작은 한 입” 또는 “작은 덩어리” 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어근 “لقم”는 “한 입 먹다”라는 의미이고, “لقيمة”는 그에서 파생된 말로, 작게 빚어 한 입에 넣기 좋은 크기의 음식을 말하는 표현이다.
🍯 루까이마/루까이마트의 뜻 정리:
• لقمة (루끄마): 한 입 (bite, morsel)
• لقيمة / لقيمات(루까이마트/루까이마): 한 입 크기의 것들 → 작은 덩어리 음식 → “한입 도넛”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 역사와 유래
이 디저트의 정확한 기원을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부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래되었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뿌리를 13세기 중세 이라크에서 찾기도 한다. 이라크에서는 이와 유사한 디저트를 루끄마 알 까디라고 불렀다. (위에 루까이마 믹스 박스에도 루끄마 알 까디라고 쓰여있음) 이는 ‘판사의 한 입’이라는 뜻으로, 법정에서 판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뇌물?ㅎㅎ)
그 후 빠르게 중동 전역으로 퍼져 나가며, 터키, 레바논, 시리아, 인도, 이란, 그리고 물론 아랍에미리트에도 자리 잡게 되었다.
미슐렝 가이드에 선정된 아랍에미리트의 레스토랑 알-파나르의 디렉터 소하일 알 마르주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루까이마트는 우리 문화의 따뜻함과 관대함을 담고 있는 소중한 에미라티(Emirati) 디저트입니다.”
“겉은 황금빛으로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공기처럼 가벼운 이 도넛은 우리 풍부한 요리 전통의 증거이기도 하지요.”
알 마르주키는 이 전통 디저트를 네덜란드의 올리볼렌이나 이탈리아의 제폴라와도 비교하며,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을 꺼낸다.
“루까이마트를 처음 맛본 건 어릴 적 라마단 가족 모임에서였어요.
할머니 댁 따뜻한 주방에서 방금 튀긴 루까이마트의 향이 집 안을 가득 채웠고, 그건 명절과 가족 모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기억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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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올리볼렌, 오른쪽이 제폴라 (루까이마트랑 매우 비슷해 보임)
미슐랭 1스타 에미라티 레스토랑 Erth의 셰프 데비 프라사드 라트 역시 이 디저트를 처음 접했던 추억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몇 년 전 두바이를 여행 중이었는데, 현지 음식 시장에서 막 튀긴 루까이마트를 팔고 있더라고요.
그 바삭한 겉면과 부드러운 속, 그리고 꿀 시럽이 어우러진 맛은 제게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 루까이마트는 언제 먹나?
• 라마단 기간 중: 금식 종료 후 첫 간식으로 자주 먹음 (저번 라마단에도 걸프지역 자매들은 주로 루까이마트를 이프타르로 나눔 해줌)
• 축제나 결혼식, 모임, 파티 디저트 테이블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 메뉴
• 일상 디저트로도 인기: 카페나 베이커리에서 쉽게 구매 가능, 루까이마트 전문점도 많음
✍️ 루까이마트, 아랍어로도 배워보자!
‘루까이마트(لقيمات)’는 아랍어 단어 لُقْمَة(루끄마)의 복수형으로, *‘한 입, 한 덩이, 한 조각’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의 어근 (ل ق م)은 ‘입에 넣다, 삼키다’를 뜻하며,
• لَقِمَ는 ‘입에 넣다, 삼키다’
• الْتَقَمَها는 ‘그것을 물다, 삼키다’
• تَلَقَّمَها는 ‘그것을 받아먹다’
• لَقَّمَ는 ‘먹여주다, 입에 넣어주다’의 의미로 쓰인다.
즉, 루까이마트는 이름부터가 ‘한입 크기의 먹거리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그 귀여운 크기와 역할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음식 이름이 이렇게 어원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랍어 단어도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요리하고 먹고 블로그 하면서 나도 배우는 재미! 알함두릴라!
🛍 마트에서 산 루까이마트 키트로 만들어본 후기
마트에서 루까이마트 믹스를 항상 보면서 한번 만들어 봐야지 벼르고 있었는데, 세일도 자주 하고 가격은 약 5 리얄=한화로 2천 원 정도로 매우 저렴했다. 키트에는 파우더 믹스와 인스턴트 이스트가 함께 들어 있었고, 따로 필요한 재료는 물 뿐이었다. 인스턴트 이스트도 들어있는데 이 가격이라니! 한 박스로 6 식구가 간식으로 먹기에 충분한 양의 많은 루까이마트를 만들 수 있었는데 내가 갖은 큰 보울 네 개의 양이 나왔다. 보통 루까이마트 전문점에서 라지로 주문한 양과 비슷했다. (60 리얄!! 한화로 2만 원 정도)
재료도 저렴하고 만드는 방법도 초 간단하니 몇 개 사서 가끔 아이들 간식으로 주거나 이웃집 보내기에도 딱이다.
우리 옆집 나이지리안 자매도 루까이마트 비슷한 나이지리안 도넛을 자주 보내주는데 각 나라마다 이런 비슷한 도넛들이 있나 보다.
생각해 보니 미국 던킨도너츠의 먼치킨이나 캐나다 팀홀튼의 팀빗도 그런 한입거리 도넛에 해당하지 않을까 ㅎㅎㅎ
만드는 방법도 초 간단했다:
1. 박스에 적힌 설명을 따라 파우더 믹스에 물과 이스트를 넣고 잘 섞고 따뜻한 곳에 약 1시간 정도 반죽을 발효시킨다.
요즘 사우디 날씨가 오후에 정오에는 50도까지 올라가기도 해서 집 밖에 몇 분 놔뒀더니 금방 발효되었다.
3. 기름에 한입 크기로 튀긴다. (어느 영상에서 보니 짜는 주머니에 넣어 젓가락으로 잘라내는 식으로 만들어서 따라 해봄) 아래 동영상은 내가 짜는 주머니로 짜면서 도넛을 튀기고 둘째 딸이 찍어준 영상이다 ㅎㅎㅎ
4. 꿀이나 대추 시럽, 원하는 토핑을 뿌려 마무리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로터스 스프레드 좋아해서 그걸 뿌려줬는데 사우디 마트에는 루까이마트 전용 디저트 시럽도 다양한 버전으로 판다.
갓 튀긴 루까이마트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데, 고소한 로터스 스프레드까지 더해지니 정말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살을 부르는 매우 위험한 디저트이니 조심해야 함 ㅎㅎㅎ
📝 마무리 후기
직접 만들어본 루까이마트는 매장에서 먹는 것 못지않게 바삭하고, 바로 튀겨서 먹는다는 점에서 훨씬 더 맛있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만드는 재료가 간단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홈카페나 가족 모임 디저트로도 추천할 만하다.
사우디의 일상적인 디저트 문화 속에서 루까이마트가 얼마나 사랑받는지 체감할 수 있었고, 앞으로 다양한 특색 있는 한국적인 토핑을 시도해 볼 계획이다.
루까이마의 아랍어 어원과 배경을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Tip:
• 반죽은 너무 묽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바삭함의 포인트이다.
• 기름 온도는 너무 낮지 않게, 170~180도로 예열해서 튀겨야 바삭하고 기름을 덜 먹는다.
• 따뜻할 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