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행 - 메디나에서 얀부로
메디나에서 서남서쪽으로 약 160킬로 차로 달리면 여행자들에게 해변으로 유명한 도시 얀부가 있다.
홍해의 진주로 불리는 얀부는 2,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예멘과 이집트 및 지중해 지역으로 향료와 향을 거래하는 유명한 무역로였다고 한다.
얀부는 해변으로도 유명하지만 쥬베일과 더불어 사우디 정부가 1975년부터 계획공업도시로 지목하여 성장시키고 있는 주요 핵심 산업도시이기도 하다. 이 두 도시 모두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제 기반을 다각화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하여 사우디 아라비아가 원유 수출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돕는다.
얀부는 약1300km (거의 800 마일)의 사막과 산을 가로 질러 액화 천연 가스와 석유를 운반하는 파이프 라인 뿐만아니라 3개의 대형 정유소, 석유 화학 단지 및 대형 담수화 장치, 공항, 항구, 해군기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얀부는 행정구역상으로 메디나 주에 속하며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뉜다.
1. 얀부 알 발라드(ينبع البلد) 내지는 얀부 알 바흐르(ينبع البحر)
얀부 알 바흐르는 관광 도시이자 얀부의 다운타운으로 주요 거주지역이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역사적인 건물들과 음식점, 마켓 등을 보유한 전통깊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다이빙 애호가를위한 세계 최고의 해안 지역 중 하나이다. 홍해가 내려다 보이는이 도시에는 역사적인 야시장이 있는데 현지 식품 판매로 유명한 중요한 문화 유산이다.
2. 얀부 안 나킬(ينبع النخيل)
야자수와 농업을 위한 수원이 유명한 고대 도시로 농업 및 상업이 발달했다. 카라반과 순례자들의 역사적인 교역지로 유명하며 역사적인 시장과 성이 있다.
3. 얀부 앗 시나이야(ينبع الصناعية) - 정유 공장과 석유 화학 공장이있는 비교적 새로운 도시로 매년 화려한 정원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우리 여행팀은 (우리가족과 다섯 이웃가족들 동반한 여행) 메디나에서 이틀의 여정을 마치고 해변을 즐기기 위해 얀부로 출발하였는데 팀의 리더였던 이웃님께서 경치를 둘러보며 가는 경로로 돌아가자고 하셔서 산행을 하게되었다.
작년 아버지와 함께 했던 여행지 중 하나였던 타이프와 비슷한 산 위의 마을을 거치게 되었는데 사실 내려가야 하는 경로는 후에 알게되었지만 산사태로 인해 통행이 중단된 길이었다. 엄청 가파른 산을 차로 다시 올라갈 때에는 엔진에 무리가 가지 않게 에어컨을 꺼야하는데 우리가족은 (모름)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올라가다가 다 올라와서 엔진에서 연기가 나오는것을 발견. 이 산을 역행해서 올라오는 차들에게 이런문제가 자주 생기는 것인지 정상에서 로컬 사람들이 기다렸다가 찬물을 들고 뛰어 나와서 도와준다. ㅎㅎㅎ (다들 연기나는 차에서 빨리 내리라고 해서 심장이 쫄깃했다)
이번 여행으로 차가 좀 맛이 가기도 했고 당시에는 살짝 겁도 났는데 지나놓고 생각해보니 웃음이 난다.
이웃들 모두 차에서 헐레벌떡 뛰어나와 걱정해주었고 엔진을 식히는 동안 수다도 떨며 쉬어가게 되었는데 이런게 자동차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때문에 아찔한 경사의 산에서 현실감 없어보이는 동양화 같은 풍경도 보게되었고 말이다.

멀리 아득히 보이는 겹겹의 산들이 마치 먹의 농담을 이용하여 그려낸 수묵화와 같아 감탄하며 찍었다는. 이런 높은 산 위에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필요한 음식과 물건들은 충분히 조달되는 거겠지?

타이프의 산에는 원숭이들이 많았는데 이 산에는 야생 당나귀들이 정말 많았다.

길도 잘못들고 차도 문제가 생기고 일찍이 정오예배 후에 바로 출발해서 2시간 반이면 도착해야 할 곳인데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ㅎㅎㅎ
아무튼 차를 돌려 다시 올바른 길로 돌아가는 도중 자동차 정비소들이 몰려있는 곳에서 사우디 곳곳에서 볼수있는 전통 찻집을 발견했는데 어차피 늦어진거 여유롭게 차나 마시고 가자고 모두 동의.
아랍지역을 여행해본 사람들이라면 별미중의 하나인 연유를 탄 카르다뭄 향이 진한 밀크티를 알것이다. 아래와 같이 달라(아랍식 주전자) 사진이 보이는 곳에서 보통 아랍 스타일 커피와 차 등을 파는데 여행 중에 보온병 큰걸 가면 담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치도 못하게 사우디 버전 밀크티가 아닌 메뉴에도 없는 파키스탄 버전 밀크티를 즐기게 되었다. 사우디에는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들이 많은데 차를 끓이는 주방장이 파키스탄 출신이었던 것. 그리하여 파키스탄계 영국인들이 대부분이었던 우리일행 중 하나가 "여기까지 와서 파키스탄 차를 안마시고 갈순 없지!"라고 주방장에게 말하자 주방장이 메뉴에도 없는 차를 대접해준 것. 그런데 진짜.. 고생하고 난 후 해질녘의 멋진 분위기의 버프를 받은것인지 정말 지금까지 마셨던 차 중에 최고였다. 너무 맛있었음. 파키스탄계 이웃들도 이집 잘한다고 감탄하였다는. (여행후에 유투브 보고 레시피를 알아내 비슷무리하게 끓여 마시고 있다.)
이곳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렇게 예측 범위에서 벗어난 일들에 면역이 생긴다. 어쩌면 원래 이런모험을 좋아하는 타입일지도..남편은 캐나다 사람이고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계획한 틀에서 멀어지고 대책으로 마련해둔 플랜 B에서조차 멀어져 가면 치를떤다 ㅎㅎㅎ
빈틈없이 기획된 도시의 삶에서 반드시 일어나야만 한다고 믿는 '예측가능한 것'들에 대한 믿음을 깨뜨리는 곳이 이곳이다. (어떠냐 이런 반전에 반전은?ㅎㅎㅎ)
이것은 방금 한국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괭장히 당황스럽고 좌절스러운 느낌을 안겨줄 수도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태연하다못해 긍정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그런 것들이 이슬람 신앙과 많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인 샤 알라(알라께서 원하신다면)라는 말은 비무슬림 사이에 잘못 해석되어 대충 무슬림들이 책임에 대한 회피의 용도로 또는 게으름에 대한 핑계로 쓴다 알려져있지만 사실은 나 자신이 예측하고 계산한 방향으로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닌 알라의 뜻에따라 일어날 수 있는 무한한 변수의 가능성에 대한 완전한 복종에 대한 표현이다. 토요일 뒤에 반드시 일요일이 올것이라는 기정사실 같은 확신에서 부터 내가 주문한 택배가 오늘 오후 3시에 도착한다라는 사소한 확신 까지(이건 면역이 도대체 안생김 ㅎㅎㅎ), 만약 예상 범주에서 벗어나면 나에게 당황과 혼돈 등을 가져다 줄 모든 것들에 대한 확신을 포함한다. 그래서 무슬림은 내일은 일요일이야 인 샤 알라 이렇게 말할수 있는 것.
즉 모든 미래는 확신이 아닌 불확신에 근거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자각시켜주는 곳이 이곳이다.
이러한 신념은 무슬림들이 온전히 자신을 창조주의 뜻에 의탁하여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것에 도전할 수 있게하는 원동력이 된다. (뭔가 멋진말을 한것 같앙 ㅎㅎㅎ)

밤늦게 얀부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한 후, 다음날 호텔에서 조식을 마치고 가족별로 자유시간을 가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인지 비교적 한산해진 해변에서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힐링타임~(진짜 잠들어버림)
뭔가 사우디가 아닌 정글로 피서온것 같은 느낌~ 날씨도 비가 와서 그런지 덥지 않고 바람도 잘불어서 행복



첫째는 코코넛 발견하자 열심히 나무를 오르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물놀이 튜브를 목에 턱 걸치고 가는 막둥이와 맑은 물에서 꽃게 사냥에 열을 올리던 아이들. 물이 얼마나 맑은지 해변 가까이로 작은 물고기들이 단체로 요리조리 헤엄쳐 다닌다. 아이들은 그걸 잡겠다고 첨벙첨벙 뛰어다니고 남편은 물개마냥 헤엄쳐 건너편까지 멀리멀리 다녀왔다 ㅎㅎㅎ. (우리가 머물렀던 장소는 워터프론트 해변으로 바닷물이 육지로 동그랗게 들어와있고 바다쪽으로 빠지는 부분에 경계를 쳐서 물놀이에 적합한 곳이었다. 경비도 있어 안전하다)
한쪽은 물이 얕아 아이들 수영에 적합하고 다른 한쪽은 물이 깊어 어른들이 주로 수영을 하는데 이 동그랗게 들어온 만에 다양한 바다생물들이 살고있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아래는 저장해둔 구글맵
물속에서 헤엄치는게 남편의 힐링방법이라면 나는 바람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말소리를 즐기며 그늘아래서 잠자고 발에 물을 적시고 그런게 힐링임. 특히 아이들이 바다생물 사냥에 바쁘고 남편이 관리해준 덕분에 오랜만에 아이들없이 나마의 조용한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우리가족이 머물던 곳이 정말 좋은 스팟이었던듯.
한참을 튜브위에서 둥둥 떠서 누나 형들에게 이리 쓸려다니던 막둥이가 물위에서 잠들어 버려서 눕혀놓고 함께 쿨쿨 잘잤다~ 너무 좋았던 시간ㅠ 또가고 싶다
힐링하고플때마다 볼려고 동영상도 찍어옴 ㅎㅎㅎ
사우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홍해의 진주 얀부에 꼭 들려서 바다를 즐겨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