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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이드 알 아드하, 우리가 함께 만든 이야기들

사우디 일상

by 아즈와르 2025. 6. 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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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의 이드 알 아드하는 정말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평소보다 더 풍성했고, 더 즐거웠고, 더 따뜻했던,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들.

☀️ 야외에서 맞이한 이드 아침

이른 아침, 해가 뜬 후 다흐란 이드 야외 예배 장소에 모여 이웃 무슬림들과 함께 이드 예배를 드렸다. 가는 동안 하나님의 완전한 유일성과 위대하심을 염원하는 '타크비르'를 틀어 가족들이 이드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었다.

잠깐 여기서 무슬림들의 두 축제 중 하나인 이드 알 아드하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 ’이드(عيد)’라는 말의 뜻

’이드(عيد)’는 아랍어로 ‘축제’, ‘명절’을 의미하는 단어이지만, 그 어원을 살펴보면 더 깊고 따뜻한 뜻이 담겨 있다.
‘عيد’는  يَعُودُ  -  عَادَ  라는 동사에서 왔는데, 이 동사의 의미는 ‘돌아오다’, ‘되풀이되다’라는 뜻이다.
즉, ‘이드’란 단순한 축제일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어 돌아오는 특별하고 즐거운 날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무슬림에게 ‘이드’는 종교적 의무를 행하는 날 이상으로 기쁨과 나눔, 공동체가 다시 돌아오는 날,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가족과 함께 행복을 나누는 날로 여겨진다.

 

🐑 ‘아드하(أضحى)’에 담긴 의미

’이드 알 아드하(عيد الأضحى)’에서 ‘아드하(أضحى)’는 ‘희생 제물’ 혹은 ‘희생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 단어는 아랍어 동사 ‘ضحّى (다하)’에서 파생된 명사형이다. 이 날은 특히 ‘두하(ضحى)’ 시간대, 즉 아침 해가 떠오르고 밝아진 시간인 이드예배 바로 직후 희생 제물을 바치는 것과 관련이 깊다. 비록 두하는 하루 중 짧은 시간일 뿐이고, 꼭 이드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간대가 곧 희생 제물을 바치는 시간과 정확히 맞물리기 때문에 이 명절은 ‘아드하’(أضحى)라 불리게 되었다.

 

이드날 아침은 여섯 식구가 모두 전체 세정(구슬)을 하기 위해 매우 분주하다!! 가족 모두 새 옷 또는 깨끗하고 정갈한 옷으로 그러나 이슬람 규율에 어긋나지 않는 옷을 입고 홀수의 대추를 먹은 뒤 하나님을 염원하며 이드 예배를 위해 집을 떠났다.  우리 가족은 아래 다흐란에 위치한 이드예배를 위해 마련된 야외 공간에서 예배를 드렸다. 알함두릴라

이드 예배 장소에 도착하였을 때 이미 많은 무슬림들이 타크비르를 하며 예배를 기다리고 있었고, 근처 집들 중 하나에서 키우는 수탉이 꼬끼오 하고 계속 울어대고 있었다. 참고로 수탉은 새벽 예배시간을 알려주는 동물로 이슬람에서 좋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나도 뒷마당에 닭들을 키워볼까? 생각중이다. 실제로 파키스탄 자매들은 닭을 키우는 분들이 많다.

 

 

이드 예배 후 이맘의 설교를 듣고 집에 돌아가는 길, 리야드에서 10년이 넘도록 살면서 보지 못한 광경을 보았는데. 동부지역 사람들은 이드 예배 후 도축장까지 안 가고 집 앞에서 이웃들과 함께 모여 양과 염소를 희생하는 게 흔하나 보다. 설마설마했는데 집에 돌아오니 캠퍼스 내에 집 앞에 있던 양들도 다른 이웃집에서 같이 희생되고 있더라는. 많은 무슬림 남성들이 도축하는 방법과 고기를 부위별로 처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게 이런 이유인듯하다.

 

이 희생제는 단순한 도축이 아니라 예언자 이브라힘;아브라함과 그의 아들 이스마일;이스마엘(그들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사이에 있었던 희생과 순종의 놀라운 사건을 통해 대체 희생 제물을 바친 것에서 유래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기회가 되면 나중에 다루도록 하겠다. 인 샤 알라

 

이드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배가 고프기에 바로 이드 상차림 준비에 돌입! 전날 아이들과 함께 정성 들여 만든 양모양 케이크가 그 중심에 있었다.

 

🎂 직접 만든 양모양 케이크 & 컵케이크

 


원래 케이크를 자주 굽긴 하지만 이런 이벤트성 모양의 케이크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나는 마시멜로를 별로 안 좋아하는...ㅎㅎㅎ 그러나 인터넷에서 참고한 양 모양 케이크들 중 마시멜로가 가장 양의 털을 잘 표현하는 듯했고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좋아하여 이 디자인으로 선택! 
초콜릿 케이크 베이스와 프로스팅은 내가 좋아하는 셰프의 레시피로 구웠는데 마들레인 레스토랑에서 가끔 주문해 먹는 크림브륄레 케이크랑 맛이 똑같아서 아이들 모두 마들레인 케이크랑 똑같다고 난리! 촉촉하면서도 크럼이 많은게 특징이다.


아이들과 함께 마쉬멜로우를 붙여 양 털을 표현하고 트윅스 바를 잘라 다리를 만들었다. 처음에 하얀 마시멜로가 부족하니 아이들이 분홍, 파랑 마시멜로까지 붙이기 시작. 결국은 떼어내고 하얀 마시멜로를 더 사 와서 완성

 

 

가장 도전이었던 양 머리는 도안을 그려 종이로 틀을 만들고, 포일을 감싼 뒤 초콜릿을 녹여 부어 냉동했다


얼굴에는 눈코입을 생략하고, 아랍어로 “عيد مبارك” (Eid Mubarak) 이라 적어 넣었다.


그리고 같은 반죽으로 구운 미니 컵케이크는 마쉬멜로우를 얹어 아기 양처럼 꾸며 이웃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특히 12살 둘째 사라가 많이 도와줬다.

귀여운 아기양 컵케이크들. 다들 우루루 접시에서 빠져나갈 것 같다.

 

 

아이들이 손으로 컵케이크를 집어가는 장면을 비디오로 담았는데, 얼굴은 나오지 않지만 그 귀여운 손과 조심스러운 움직임만으로도 이드의 기쁨이 전해지는 영상이었다.

베트남 이웃~
나이지리안 이웃
튀니지 이웃


🍽️ 가족과 함께한 식사, 실패와 성공의 요리들


치킨 브리야니는 물 조절 실패로 밥이 죽처럼 퍼졌지만, 다행히 맛은 살아 있어서 낭비 없이 다 먹었다. 우리 아이들 너무 착해 ㅠ ㅠ ㅋㅋㅋ

 

• 양고기로 만든 머튼 커라이와 채플리 케밥은 모두 극찬!
•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토마토+오이+고수+양파 샐러드도 함께. 고기의 기름짐을 싹 잡아주는 조합이었다.


🍉 디저트는 포도, 망고, 키위, 수박 등 색 대비 예쁜 과일들로 플레이팅.

남편은 너무 많은거 아니야? 했지만 이웃들하고 나누고 하니 낭비 없이 모두 사라졌다.
식사 후에는 모두 함께 치우고, 기대하던 이드 퀴즈 챌린지 타임!

💰 아이들을 위한 라마단 박스 퀴즈 챌린지
내가 직접 만든 라마단 챌린지 박스를 활용해 아이들과 이슬라믹 지식 퀴즈, 가족 협동 게임, 덕담 나누기 등의 미션을 진행했다.
게임에서 받은 점수에 따라 용돈을 지급했는데, 아이들은 그 돈을 다가올 한국 여행 경비로 차곡차곡 저금했다.
무엇보다 평소엔 부끄러워 표현하지 못했던 형제간에 고마웠던 점, 각자의 장점은 무엇인지와 같은 말들을 서로의 눈을 보며 꺼낼 수 있었던 그 순간이 가장 따뜻했다.

🐐 고기 나눔과 캅사 도전기 (feat. ChatGPT ㅎㅎㅎ)

이드 알 아드하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인 희생과 나눔. 우리 가족도 양을 희생하고, 사우디 마트에서 정육 된 고기를 받아 부위별로 나눈 뒤,
이웃들과 캠퍼스 내 일하시는 분들께 나눠드렸다. 고기를 부위대로 분류하는데 챗지피티의 도움이 컸다!!

 

고기 부위가 애매한 게 있어서 잘 모르는 부위는 사진을 찍어 ChatGPT에게 보여줬더니, 의외로 정확하게 맞춰줘서 깜짝 놀랐다!

그날 외출 중에, 우리 스트리트 시작 부분에 사는 사우디 이웃 움무 칼리드 자매님에게 전화가 왔고,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렀더니 양을 잡으셨다며 정말 좋은 부위를 나누어 주셨다. 마샤알라.
잠깐이었지만 함께 서서 수다 타임도 갖고, 고기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움무 칼리드와의 인연은 우리 막둥이 압둘라가 유치원 2학년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버스 정류장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며, 서툰 아랍어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친해졌고, 그녀의 아들 칼리드가 초등학교로 진학한 후에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특히 가까워진 계기는 내가 처음 이곳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은 여름, 한창 무더운 날이었다.
학교버스를 놓친 칼리드와, 임신 중이던 움무 칼리드가 땡볕 아래를 걷고 있는 걸 내가 우연히 차로 지나가다 보게 되었고 그때 얼굴만 튼 사이였는데 용기를 내어 모셔다 드린다고 제안했고 그 일을 계기로 서로 더 마음을 열게 되었다.

며칠 전엔 그녀가 직접 구운 따끈한 빵을 보내줬는데, 오븐에서 막 나온 듯 손끝에 전해지던 따뜻함과 함께 그녀의 마음까지 고스란히 느껴지는 선물이었다.

 

나는 받은 고기로 캅사 요리에 도전했는데…ㅎㅎㅎ 또 망했..ㅋㅋㅋ 브리야니 캅사... 이런 종류를 잘 못 만드는 것 같...

그래도 잘만들 때까지 나의 도전은 계속된다 ㅎㅎㅎ 인 샤 알라
 인스턴트 팟 덕분에 고기는 너무 잘 익었는데.. 마리네이드를 좀 더 해야 하는지 향신료와 간이 약했다. 다행히 밥은 브리야니 실패를 겪고 물양을 확 줄여서 고슬고슬하게 잘된 편이었고 튀긴 양파도 맛있었다.

 


🍋 참고로 드라이 레몬이 갑자기 어딨는지 사라져서 움무 칼리드한테 말했더니 한 봉지를 나눠줬다. 진심으로 감동. 씻어서 넣으라고 신신당부하시길래 인증사진 찍어서 보냄 ㅋㅋㅋ 드라이 레몬은 캅사에 들어는 재료 중 하나이다.

 

베트남 자매는 시부모님께 아이들을 맡기고 하지를 떠나서 케이크를 보냈더니 시어머니께서 손녀와 함께 방문하셔서 할와를 주셨다!

고소한 피스타치오와 캐슈너츠를 감싼 바삭한 페이스트리.. 너무 맛있다.

 

🎁 하지에서 돌아온 이웃의 낙타 선물


며칠 뒤, 성지순례(하지)를 다녀온 나이지리아 자매가 우리 집에 들러 기념품으로 작은 코인 파우치를 선물해 줬다.
그게 마침 내가 갖고 싶어 했던 파우치의 낙타 모양 버전이라 깜짝 놀랐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나를 기억하고 챙겨준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 마무리하며


이렇게 올 해의 이드 알 아드하는, 단순한 명절 이상의 의미로 우리 가족의 기억 속에 남게 되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음식을 나누고, 게임을 하며 웃었던 시간들.
마음만은 풍성하게 채워졌던 이드 상차림과 그 속에서 작은 실패도, 뜻밖의 선물도 우리만의 이야기로 남았다.

고기를 나누며 다시 생각하게 된 ‘희생’의 의미, 예배 후 시작된 하루가 감사와 연결, 따뜻한 손길로 가득 찼던 날이었다.

매년 돌아오는 이드가 이렇게 우리 안의 신앙과 사랑, 공동체를 다시 일깨워 주는 날이라는 사실에 마음 깊이 감사하게 된다.

언젠가 이 날을 다시 떠올리게 될 때, 우리 가족이 서로를 위해 기꺼이 움직이고 웃고 나누었던 그 장면들이 따뜻하게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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